200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 200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 농민신문 당선작 가족 / 조성식 집에 들어서면 대문 옆에 헛간이 서고처럼 서 있는데 처마 끝에 도서 대여목록 카드처럼 여섯 자루의 호미가 꽂혀 있다. 아버지 호미는 장시간 반납하지 않은 책처럼 한번 들고 나가면 며칠씩 밤새고 돌아온다. 산비탈을 다듬는지 자갈밭.. 좋은시 2008.11.05
침엽의 생존방식 / 박인숙 2008 제9회 동서커피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대상> 침엽의 생존방식 / 박인숙 활엽을 꿈 꾼 시간만큼 목마름도 길어 긴 목마름의 절정에서 돋아난 가시들 침엽은 햇살도 조금 바람도 조금 마음을 말아 욕심을 줄인다 대리운전하는 내 친구 금자 밤마다 도시의 휘청임을 갈무리 하는 사이 보도 블록 .. 좋은시 2008.11.05
고리 / 김후자 제17회 전태일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고리 / 김후자 남자가 지하철에서 휴대용 접착고리를 판다 쉴 새 없이 상품을 선전하는 남자 스티커에 붙은 도금한 고리가 3kg 철근을 번쩍 들어올린다 그리고 다시 이를 앙다문 고리가 5kg을 들어올린다 제 덩치보다 몇 백 배 많은 쇳덩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하.. 좋은시 2008.11.05
연탄 한 장 /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데 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좋은시 2008.11.05
트레이싱 페이퍼 / 김윤이 트레이싱 페이퍼 김윤이 잘 마른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네 나를 읽네 몇 장 겹쳐도 한 장의 생시 같은, 서늘한 바람 뒤편 달처럼 떠오른 내가 텅 빈 아가리 벌리네 지루한 긴긴 꿈을 들여다봐주지 않아 어둠이 흐느끼는 밤 백태처럼 달무리 지네 일순간 소낙비 가로수 이파리, 눈꺼풀이 축축하게 부풀어 .. 좋은시 2008.11.05
별을 보며 / 이성선 별을 보며/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을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엄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 좋은시 2008.11.05
손톱 속에 민달팽이 손톱 속에 민달팽이 정용화 차 문에 손가락을 찧었다 순간, 오른손 검지 손톱에 천둥이 치고 번개가 일었다 반달로 떠있던 낮달이 사라지고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다 손끝이 욱신거리는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칠 즈음 손톱이 빠져버렸다 단단함 속에는 늘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감춰져있는 것일.. 좋은시 2008.11.04
11월의시 / 이외수 11월의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 좋은시 2008.11.03
편지3 다정하신 님들에게 둘다섯 이두진 선생님의 가요계 데뷔 35주년과 둘다섯 카페 창립 6주년 기념일을 축하 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서로 다 알고 지내지는 못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으며 또 나누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 나의 이야기 2008.11.02
편지2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들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하늘빛과 땅의 색깔은 푸르름으로 물들며 아름다운 향기와 행복한 마음으로 파릇한 연초록 새싹을 피워 찬란한 꽃을 탄생시키듯이 다정하신님 들에게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시길 기원합니다. 오랜만에 습.. 나의 이야기 200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