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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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 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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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대마음 흔들릴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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