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별을 보며 / 이성선

문근영 2008. 11. 5. 01:56






별을 보며/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을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엄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다를 잃어버리고

이성선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당신을 잃는 것입니다
당신을 다 안다는 것은
당신에 대하여 눈을 감는 일입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이 가을에 이젠 떠나야겠습니다
멀리서 더 깊이 당신에 젖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와 흔들리는 가슴
물새들의 반짝임도 울음소리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들어야겠습니다
당신이 보내신 편지를 읽듯이
멀리서 떨리는 손으로
등불 아래서 펴 보아야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입동 / 이성선

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
십일월 아침 하늘이 너무 맑아서
눈물 핑 돌아 하늘을 쳐다본다.
수척한 얼굴로 떠돌며
이 겨울에도 또 오지 않을 사람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탄 한 장 / 안도현  (0) 2008.11.05
트레이싱 페이퍼 / 김윤이  (0) 2008.11.05
손톱 속에 민달팽이  (0) 2008.11.04
11월의시 / 이외수  (0) 2008.11.03
개화 / 박인과  (0) 200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