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을 더렵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엄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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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잃어버리고
이성선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당신을 잃는 것입니다 당신을 다 안다는 것은 당신에 대하여 눈을 감는 일입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이 가을에 이젠 떠나야겠습니다 멀리서 더 깊이 당신에 젖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와 흔들리는 가슴 물새들의 반짝임도 울음소리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들어야겠습니다 당신이 보내신 편지를 읽듯이 멀리서 떨리는 손으로 등불 아래서 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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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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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 이성선
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 십일월 아침 하늘이 너무 맑아서 눈물 핑 돌아 하늘을 쳐다본다. 수척한 얼굴로 떠돌며 이 겨울에도 또 오지 않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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