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제9회 동서커피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대상>
침엽의 생존방식 / 박인숙
활엽을 꿈 꾼 시간만큼 목마름도 길어
긴 목마름의 절정에서 돋아난 가시들
침엽은 햇살도 조금 바람도 조금
마음을 말아 욕심을 줄인다
대리운전하는 내 친구 금자
밤마다 도시의 휘청임을 갈무리 하는 사이
보도 블록 위에 포장마차로 뿌리 내린 민수씨
그들은 조금 웃고 조금 운다
바람 속에 붙박혀 시간을 견디는 일이
침엽의 유전자를 가진 자들의 몫이므로
뾰족이 가둔 눈물이 침엽의 키를 늘이고
세월을 새겨 가는 것
그들의 계절에는 극적인 퇴장
화려한 등장 따위는 없다
한가한 날 고작 흰 구름 몇 가닥 바늘 끝에 걸쳐두거나
흐린 겨울 하늘이 너무 시릴 때
눈꽃으로 피사체를 만들어 보거나
혹한의 계절에도 홀로
숲의 푸른 내력을 지키는 건 침엽이다
그들의 날카로운 생존방식이 숲을 깨우고
바람의 깃털을 고른다
햇살도 이 숲에선 금빛으로 따끔 따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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