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태일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고리 / 김후자
남자가 지하철에서 휴대용 접착고리를 판다
쉴 새 없이 상품을 선전하는 남자
스티커에 붙은 도금한 고리가 3kg 철근을 번쩍 들어올린다
그리고 다시 이를 앙다문 고리가 5kg을 들어올린다
제 덩치보다 몇 백 배 많은 쇳덩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하루를 지탱하고 있다
남자가 고리에게 눈을 찡끗 감는다
고리는 펑퍼짐한 아줌마 서넛을 들어올린다
졸고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깨어났다
남자가 신이 났다
고리가 있는 힘을 다해 지하철을 통째로 들어올리려 한다
절대 과부하가 없는 저 고리
남자의 생(生)도 번쩍 들어올릴 것 같은
견고하고 단단한 저 고리
좀처럼 끄떡없을 그 무엇도 번쩍 들어올릴
남자에겐 고리가 있다
남자가 구름 손잡이에 팔을 올린다
고리가 척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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