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뼈 / 임성룡 뼈가 웃는다 살점 뚫고 허옇게 드러난 뼈가 그다지 허망하지 않게 넌지시 웃는다 처음에 섬뜩 소름이 끼쳤다 너무 빈약한 뼈가 가느다란 촛불처럼 서러웠다 닭뼈만도 못한 손가락 부서진 뼈를 직접 확인하고 마침내, 나는 웃었다 평생의 울음이 웃음으로 번져 녹슨 철판 위에 뚝뚝 떨어지는 순간 생의.. 뉴스가 된 詩 2009.04.29
투명/최종천 -투명/최종천- 혀로 빛나게 핥아놓은 밥그릇에는 허기가 가득 차 있다 허기는 투명하지만 잘 보인다 뼈가 앙상한 것을 보면 이빨은 이제 밥그릇도 씹어먹을 수 있으리라 나는 개들이 씹던 목줄을 뺕어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내 손가락을 철망 안으로 넣어주었을 때 녀석은 절대로 물지 않았다 내가 .. 뉴스가 된 詩 2009.04.29
비창(悲愴) / 황규관 비창 더 일하게 해달라는 절규 자체가 비극이다 우리는 강둑을 달리던 웃음도 잃고 흰구름을 보면 맑아지던 영혼도 빼앗기고 그렇지, 가난했던 외등 아래의 설렘도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놔두고 떠나왔다 돌아갈 길은 아득히 지워졌는데 더 일하면 모든 게 되돌려질 것처럼 내내 믿어왔는데 이제는 .. 뉴스가 된 詩 2009.04.29
저녁 무렵 / 임성용 저녁 무렵 임성용 가리봉 2동 어린이집 골목길, 빵집 앞 아이들이 뛰어놀다 한 어린애가 넘어졌다 화물차 한 대가 무심코 넘어진 어린애를 타넘고 지나갔다 운전사는 애를 못보았다고 말할 뿐, 아무런 비명도 없었다 그 애의 부모는 일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을 대신해서 구급차.. 뉴스가 된 詩 2009.04.29
식탁은 지구다/ 이문재 식탁은 지구다’- 이문재‘(1959∼ ) 식탁은 지구다 중국서 자란 고추 미국 농부가 키운 콩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토마토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식탁은 지구다 어머니 아버지 아직 젊으셨을 때 고추며 콩 석류와 토마토 모두 어디에서 나는 줄 알고 있었다 닭과 돼지도 앞.. 뉴스가 된 詩 2009.04.29
폭설(오탁번) pHOTO by Choiysj/ 전남 장성 폭설 오탁번 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 뉴스가 된 詩 2009.04.29
계약직 / 홍일표 계약직 홍일표 그는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있다 수시로 떼었다 붙였다 하며 동서남북 흘러 다니는 모가지다 떠도는 발바닥 아래 항상 비상 출동용 구름을 대기시켜 놓는 것 너무 깊이 말뚝 박지 않는 것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터득한 바람의 생존 전략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주섬주섬 짐을 싸서 몇 .. 뉴스가 된 詩 2009.04.29
[스크랩] 개 같은 날 2/김신용 개 같은 날 2 / 김 신 용 나는 개였다 빌딩이 허공의 엉덩이를 찌르는데 공장의 굴뚝들이 하늘의 턱에 주먹질을 하는 서울인데 시장에, 거리에 저렇게 물신(物神)들이 넘쳐흐르는데 허기의 끈에 목줄을 맨, 품삯의 뼈다귀에 침 질질 흘리는 오뉴월, 비루먹은 개였다 어떤 밥을 먹어야 사나 굶주려도, 차.. 뉴스가 된 詩 2009.04.29
용산철거민 참사 추모시 / 송경동 모두가 잠든 새벽녘 다시 또 시대의 폭압에 맞서다 무참히도 죽어간 용산철거민 열사들이여! 그리스의 15세 소년 알렉시스와, 팔레스타인에서 또 어디에서 죽어간 수많은 가슴아프도록 아름다운 영혼들 곁에서 부디 영면하소서. 국민의 밥상에 독이 든 고기를 올리겠다고 했을 때 천년 강물의 가슴을 .. 뉴스가 된 詩 2009.04.29
저녁의 고릴라......國家, / 장석원 저녁의 고릴라......國家, 불빛에 잠긴 저녁의 포클레인에 대하여 나는 할 말이 없다 녹슨 기율이나 검은 쇳덩이 혹은 인터내셔널과는 무관하기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자본가여 굶어 죽어라 그건 폭력 한때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좋아했다 모두가 빨고 빨리고 모두가 적이 되지만 고릴라는 채.. 뉴스가 된 詩 2009.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