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春秋) / 김광규 춘추(春秋)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 뉴스가 된 詩 2009.12.24
-『제22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2007) 섶섬이 보이는 방 -이중섭의 방에 와서 -나희덕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 뉴스가 된 詩 2009.12.21
[손창기] 어둠을 모디린다 어둠을 모디린다* -손창기 눈대중으로 모를 모디린다 모내기 후 포기 빠진 곳, 할머니는 분명 어둠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물처럼 촘촘히 모디리고 나서야 햇빛이 들고, 바람이 일고, 거울이 된다 고단한 하루의 무게로 내려앉은 발자국을 스르륵 덮어버리는 햇빛, 포기 사이에 뜬 제 그늘까.. 뉴스가 된 詩 2009.12.21
택배 쪽지 / 채천수 택배 쪽지 / 채천수 다리에 힘 빠지면 어디 잘못 다닌다고 노자 보내 준 것 보름 전에 잘 받았다. 네 돈이 지팡이 아니가 참말로 고맙다. 갈대 두른 강경 포구가 가을 맛을 돋운다만 까탈스런 아비 입맛 물려준 것 다 내 죈데 내 대신 애면글면 사는 네 보기가 늘 미안타. 간장 종지 하나 정도면 고봉밥도 .. 뉴스가 된 詩 2009.12.21
바다가 보이는 풍경 / 조구자 바다가 보이는 풍경 조 구 자 "아빠 우리 집에도 바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닷가에서 세 살인가 네 살인가 아빠 품에 안긴 아이 꽃 피려는 마음 -------------------------------- ^^* ----------------------------- **^ 언제였던가. 어린 아들 손잡고 바닷가 놀러간 기억, 흐릿하다. 밤새 술 마시는 무릎 아래서 "아빠, .. 뉴스가 된 詩 2009.12.13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세월 / 김석규 詩가 있는 풍경 세월 김석규 마당에 민들레 꽃씨 내려앉는 소리도 들었다 싹을 틔우는 뿌리들이 땅바닥을 갈라뜨리는 소리도 들었다 담벼락에 구름 지나가는 그림자도 보았다 밤새도록 닫힌 문을 흔들다 가는 바람의 얼굴도 보았다 ◆ 시 읽기 ◆ 편리함을 이유로 현대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 뉴스가 된 詩 2009.05.11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저 강이 깊어지면 / 이승하 저 강이 깊어지면 이승하 바람 다시 실성해버려 땅으로 내리던 눈 하늘로 치솟는다 엊그제 살얼음 덮였던 강 오늘은 더 얼었을까 얼마만큼 더 두터워졌을까 깊이 모를 저 강의 가슴앓이를 낸들 알 수 있으랴 눈 … 눈 닿는 어디까지나 눈이 흩날려 세상은 자취도 없다 길도 길 아닌 것도 없는 천지간에.. 뉴스가 된 詩 2009.05.11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이성복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이성복 詩가 있는 풍경 나방이 한 마리 벽에 붙어 힘을 못 쓰네 방바닥으로 머리를 향하고 수직으로 붙어 숨 떨어지기를 기다리네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 온 사이 벽에 나방이가 없네 그 몸뚱이 데불고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텐데 벽에도 방바닥에도 나방이는 없네 아직 죽.. 뉴스가 된 詩 2009.05.11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개구리/ 박정원 詩가 있는 풍경 개구리 박정원 누군가가 바위에 패대기치자마자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위험표지판도 뽑혔을 것이다 이쯤이다 싶어 내려놓고 평온을 되찾던 깔딱숨도 그것으로 끝장이었을 것이다 사지를 쭉 뻗은 채 바싹 말라 죽은 개구리를 보고 스스로 묻느니 커다란 굴착기펀치 한방을 비켜났고.. 뉴스가 된 詩 2009.05.11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사람을 찾습니다 /김순일 詩가 있는 풍경 사람을 찾습니다 - 숲의 나라 68 김순일 칠뜨기를 찾습니다 낙엽이구 지전이구 다 그게 그거지 면장이구 이장이구 다 아제 아제 살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조무래기들에게 삐비도 뽑아주고 거시침 흘리면 개구리 뒷다리도 삶아주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제비꽃이 피면 제비꽃 속에서 뽀뽀.. 뉴스가 된 詩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