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은] 어느 생애 어느 생애 손진은 한 농부가 논을 갈아엎는다 머얼리서 물무늬 얼비치며 다가오는 소의 그림자 빠른 걸음으로 무논을 쟁기가 가로질러 가고 순간, 소리의 여울 이루어 반란하는 개구리 울음 나는 숨죽여 지켜본다 휘뚝휘뚝 지나가는 쟁깃날 너머로 분홍빛 등불을 켜든 풀꽃의 섬뜩한 아름다움이 머리 .. 뉴스가 된 詩 2010.05.18
[김춘수] 인동(忍冬)잎 인동(忍冬)잎 김 춘 수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 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잎 빛깔이 이루지 못한 인간(人間)의 꿈보다 더욱 슬프다. 눈 속에서 익어가는 초겨울의 붉은 열매, 그것을 쪼아 먹는 작은 .. 뉴스가 된 詩 2010.05.14
[김지헌] 사산하는 저녁 사산하는 저녁 김지헌 비 내리더니 뒷산 덤불에서 멧비둘기 웁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쉬었습니다 '기집 죽고 자식 죽고 나 혼자서 어찌 살꼬' 등 굽은 저녁이 빈 들을 건너 올 때쯤 눈자위 붉어진 하늘아래 동백꽃도 제 몸 홀연히 던집니다 토장국 냄새 간절한 저물녘 - 『열린시학 』(2010, 봄) ▶김.. 뉴스가 된 詩 2010.05.02
[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신 경 림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 뉴스가 된 詩 2010.05.02
[박남희] 비문碑文 비문碑文 박남희 봉긋한 가슴 옆에 서있는 거 그게 비문이야 가슴으로 읽어도 잘 읽히지 않는 게 비문이야 제 몸에 말을 새기고 온몸으로 말을 하려는 것이 비문이야 비문은 편지 같은 게 아니야 바람 같은 거야 상징 같은 거야 구름을 보고 웃는 듯 마는 듯 잠자는 듯 깨어있는 듯 그렇게 백 년을 살아.. 뉴스가 된 詩 2010.05.01
[장옥관의 시와함께] 갈대/김윤현 [장옥관의 시와함께] 갈대/김윤현 생각이 깊으면 군살도 없어지는 걸까 삶을 속으로 다지면 꽃도 수수해지는 걸까 줄기와 잎이 저렇게 같은 빛깔이라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묵상이 필요할까 물 밖으로 내민 몸 다시 몸속으로 드리워 제 마음속에 흐르는 물욕도 다 비추는 겸손한 몸짓이 꽃의 향.. 뉴스가 된 詩 2010.04.18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듯, 새해 첫날의 해는 여느.. 뉴스가 된 詩 2010.04.12
<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 / 김덕규 <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 772 함(艦) 나와라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디젤엔진실 .. 뉴스가 된 詩 2010.04.06
무생물도 봄을 기다린다 / 최금녀 무생물도 봄을 기다린다 최금녀 백통으로 만든 새 두 마리가 날 자신이 생겼다는 듯 마당에서 날개를 뒤로 모아 푸드득거리고 깎아 만든 나무오리 다섯 마리가 주둥이를 더 높이 쳐들고 막 달려갈 기세이고 모처럼 거풍 나온 오리털 이불 3개는 빨래 줄에서 기분이 좋은 듯 흔들 흔들 입 꾹 다물고 과.. 뉴스가 된 詩 2010.03.28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 안 성란 불행은 바로 나 자신이 만들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행복 또한 가지고 있지만 행복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 작고 보잘것없는 일에도 찾으면 행복이 있고 행복을 느낄 때 불행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은 자신.. 뉴스가 된 詩 201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