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문근영 2010. 5. 2. 16:55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신 경 림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시집 『뿔』(창작과비평사, 2002. 7)

 

 

 

 

특급열차로 바삐 달려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속도에 감동하게 될까.

날아가듯 달려가 어느새 종착역에 닿아버리는 특급인생이라면 누구라도 짙은 회한에 휩싸

일 것이다. 그리하여 탄탄대로라 해도 끝이 훤한 도정에 서 있다면 발이 부르트도록 힘들게

걸어야 하는 오솔길의 인생으로 건너뛰고만 싶어진다.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유장한

산천에 파묻힐 터이니.  <김명인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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