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하는 저녁
김지헌
비 내리더니
뒷산 덤불에서
멧비둘기 웁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쉬었습니다
'기집 죽고 자식 죽고
나 혼자서 어찌 살꼬'
등 굽은 저녁이 빈 들을 건너 올 때쯤
눈자위 붉어진 하늘아래
동백꽃도 제 몸 홀연히 던집니다
토장국 냄새 간절한 저물녘
- 『열린시학 』(2010, 봄)
▶김지헌 시인
-1956년 충남 강경 출생.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회중시계''황금빛 가창오리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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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화창하다고 일상을 박차고 뛰쳐나갈 수 없는 현실이 다람쥐 쳇바퀴다. 누구도 그것에 자유롭지 못하다. 몸은 묶여 있어도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지녔다. 그러나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게 있다. 나를 옭아매고 있는 습관이다. 새로운 것에 쉽게 반응하지 못하게 하는 그것이 내 몸을 슬프게 한다.
툇마루에 걸터앉으면 가까이서 들려오는 애절한 망부가가 있다. 귀를 열지 않았는데도 쉽게 마음이 가는 것은 그 울음이 퍽 낯익기 때문이다. 지상과 하늘 사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들려오는 소리는 소름 돋는 서늘한 기운을 지녔다. 언젠가 들었던 그 낯익은 소리를 몸을 열고 들어본다. / 강영환 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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