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중]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희 중 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 색이 사람의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들, 풀잎들아 미안하다 푸른 빛이 사람들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 한 일 뱀 바.. 뉴스가 된 詩 2010.06.18
[김종해] 풀잎, 말하다 풀잎, 말하다 김종해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 죽었다고 생각되는 만물과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사람들은 가엾다 사람이 산다는 것 영원 앞에서는 허상일 뿐 흙속에 뿌리내린 한 포기 풀잎마저도 제 앉은 자리에서 속도를 지니고 있다 누구 하나 발견하지 못한 저 춤 별과 한 몸이 되어 움.. 뉴스가 된 詩 2010.06.18
[강경화] 살아있는 힘 살아있는 힘 - 강 경 화(1951 ~ 2009)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저 마을 저녁 불빛이 아직 따뜻한 굴뚝 연기 사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아직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갈 데 없는 고라니 토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내놓은 궂은 .. 뉴스가 된 詩 2010.06.15
외계(外界) /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 뉴스가 된 詩 2010.06.13
[황규관]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황 규 관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는다 네 식구가 열일곱평 낡은 아파트에서 뒹굴며 사는 일이 이렇다 내가 출근을 하러 나간 문으로 학교 끝난 딸아이가 들어오고 아내가 머리감고 나온 화장실로 아들놈이 바지춤을 부여 잡고 뛰어들어간다. 들어오고 나가고 먹고 싸는 일 그.. 뉴스가 된 詩 2010.06.07
수국(水菊) - 젖가슴 6/권혁웅 귀신사(歸信寺) 한 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水菊)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 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묻지 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지는 헤아리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서해로 가는 것 땅 끝을 .. 뉴스가 된 詩 2010.06.06
[이장욱] 손가락 진화 손가락 진화 이장욱 당신의 부드러운 손가락에 무슨 이유가 있나. 다섯 개로 펴지기 이전에는 무엇이었나. 그렇게 아름답고 사소할 수 있나. 가리키고 지울 수 있나. 스르르 흩어지는 순간에 무너지는 마음은 어떤 형태로 깃들이나. 그래서 새의 흉내를 낼 때가 있나. 무엇과 함께 추락할 수 있나. 가늘.. 뉴스가 된 詩 2010.06.03
[곽현의] 길 위에서 선 길 위에서 선 곽현의 길은 기다림이 머물러 있는 그런 것이다 길은 만남이 될 익어가는 정감(情感)이다 길은 아마 내 위에 네가 되고 네가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시작이고 진행이며 끝일 수도 있는 어쩌면 설렘이고 어쩌면 두려움이고 어쩌면 끝없는 유랑(流浪)일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나그네의 여운(餘.. 뉴스가 된 詩 2010.05.25
[이규열] 집, 그늘 집, 그늘 이규열 한 때 나에게 집은 공중에 떠있는 산이었다오르면 오를수록 밑으로 떨어지는 해독할 수 없는 지도의 낯선 산이었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회색빛 청춘을 지탱하고 풀지 못할 암호 같은 시절은 오르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지나갔다 두 세 개의 산을 건너고 문득 한 여자.. 뉴스가 된 詩 2010.05.22
[서정주]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오신 날 -서정주 獅子가 업고 있는 房에서 공부하던 少年들은 蓮꽃이 이고 있는 房으로 一學年씩 進級하고, 불쌍한 아이야. 불쌍한 아이야. 세상에서 제일로 불쌍한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도 제일로 남을 불쌍히 여기는 아이가 되고, 돌을 울리는 물아. 물을 울리는 돌아. 너희들도 한결 더 소리.. 뉴스가 된 詩 201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