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말하다
김종해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
죽었다고 생각되는 만물과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사람들은 가엾다
사람이 산다는 것
영원 앞에서는 허상일 뿐
흙속에 뿌리내린 한 포기 풀잎마저도
제 앉은 자리에서 속도를 지니고 있다
누구 하나 발견하지 못한 저 춤
별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죽었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은
살아서 영원을 움직인다
풀잎 한 포기에 말 걸어보면
풀잎은 말한다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
―『현대시』( 2010. 6)
▶김종해=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과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항해일지' '별똥별' '풀' 등. 한국문학작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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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주인은 산에 있는 새와 나무와 풀이다. 그런데 산에 간 사람들이 주인인양 고함을 내지르고 나뭇가지를 함부로 부러뜨리며 풀포기를 걷어찬다. 강도 마찬가지다. 강에 사는 물고기와 온갖 생물체들, 그리고 강변 풀들이 주인이다. 확대하여 생각한다면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닌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들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려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것은 고착화 된다. 세상이 변하는데도 자신의 생각이 최선인양 변함없이 세상을 재단하려 든다. 산과 강을 훼손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이 어쩌면 더 불쌍한 존재인지 모른다. 자각 못하는 인간만이 불쌍할 뿐이라고 풀잎은 말한다.
- 강영환·시인 / 국제신문 [ 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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