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힘
- 강 경 화(1951 ~ 2009)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저 마을 저녁 불빛이
아직 따뜻한 굴뚝 연기 사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아직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갈 데 없는 고라니 토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내놓은 궂은 저녁을
아직은 먹으러 오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들이 살아 가는 것은
아아, 그대여
그대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이름으로 그대가
어디에나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위의 시는 그 남편이 낸 아내의
유고 시집 속의 한 편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투병하며 그러하면서도 시를 놓지
않았다. 또 그것을 알아본 남편의 아내 사랑, 역시 놓아지지 않았다. 놓지 않은,
놓아지지 않은 사랑의 시. 지상의 우리들은 오늘 모두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지?
이 시대의 사랑들이여,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는, 발이 부르튼 사랑들이여.
<강은교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희중] 미안하다 (0) | 2010.06.18 |
---|---|
[김종해] 풀잎, 말하다 (0) | 2010.06.18 |
외계(外界) / 김경주 (0) | 2010.06.13 |
[황규관] 화장실 앞에서 밥을 먹다 (0) | 2010.06.07 |
수국(水菊) - 젖가슴 6/권혁웅 (0) | 2010.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