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수국(水菊) - 젖가슴 6/권혁웅

문근영 2010. 6. 6. 12:49

귀신사(歸信寺) 한 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水菊)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 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묻지 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지는 헤아리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서해로 가는 것

땅 끝을 찾아가 데려온 여자처럼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것

소금기둥처럼 풀어져 바다에 몸을 섞는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금한 부처도 그대 눈빛도 다 서향(西向)이지만

그 여자, 저물며 반짝이며 그대를

단 한 번 돌아볼 테지만

**권혁웅(1967~ )

**중앙일보(2007. 3. 6<화> 31면'시(詩)가 있는 아침')게재

**김선우시인말씀:
B컵도 C컵도 좋지만 내 가슴은 A컵. 어떤 것과도 다른 A컵. 그나마 익명의 시선들이 지레 불편해 가슴을 가리던 컵을 버린 지 오래.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말아요. 레이스 문양 브래지어일랑 벗어놓고 맨가슴 눈부시게 자유로 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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