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안상학] 실려 가는 소나무 실려 가는 소나무 안상학 내 사주에 나는 소나무를 닮은 갑목甲木이라는데 비록 박토에 뿌리박고 있지만 아무리 목이 말라도 강으로 걸어가는 법이 없는 고집 센 소나무라는데 트럭에 실려 가는 소나무 보면 겨우 옮겨 살 만큼 뿌리와 흙 새끼줄로 친친 동이고도 팔자 좋아라 누워 가는 소나무 보면 .. 뉴스가 된 詩 2010.09.23
[스크랩] [이선형] 풀냄새 젖냄새 풀냄새 젖냄새 이선형 땅에 얼굴을 묻고 염소가 삭둑, 풀 뜯는 소리 아기 목구멍이 엄마 젖을 넘기는 소리 세상 여윈 것들 살 오르는 소리 비우면 채워지는 소리 풀냄새 젖냄새 노을 번져도 삭둑 삭둑 그리울 것 없는 소리 하루를 탁발하고 돌아와 부처님 발 씻는 소리 - 국제신문[아침의 시] ▶이선형=1.. 뉴스가 된 詩 2010.09.17
[스크랩] [이영식] 북어국 끓는 아침 북어국 끓는 아침 이 영 식(1956~ ) 생목이 올라 눈뜬 아침, 아내는 북어를 패고 있다 우리집 세간에도 패고 두드려 방짜로 풀어놓을 무엇이 남아 있던지 뺄랫돌 위에 난장을 치고 있다 베링해에서 겨울산정까지 가시뼈 움켜쥐고 얼리고 말리던 난바다 한 덩이, 살점 튀도록 곤장치레 당한 뒤에야 황금빛.. 뉴스가 된 詩 2010.09.11
[스크랩] [김현곤] 별 별 김현곤 병들어 앓고 있는 지구도 달에서는 아름다운 별이다. 반딧불이 꼬리가 밝히는 저 구애도 어둠을 비추는 청정한 별이다. 그대 몸에서 식어버린 옛사랑도 내게는 향기로운 별이다. 가까이서 보면 작고 하찮은 것들이 멀리서 보면 가장 뜨거운 별이다. - 국제신문[아침의 시] ▶김현곤= 1958년 경.. 뉴스가 된 詩 2010.09.11
[스크랩] [최 빈] 최선을 다해 웃었다 최선을 다해 웃었다 최 빈 잘 굳어 나무가 된 연잎이 있었다 수정다방 김양이 그걸 들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안사장은 김양이 양지바른 곳에 서기를 주문했다 늘 분같이 환하던 김양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안사장은 김양과 그늘 사이를 찍었다 연잎에 움찔 물이 돌았다 꽃이 된 김양이 최선을 .. 뉴스가 된 詩 2010.09.09
[스크랩] [김 록] 알 수 없는 음악가 알 수 없는 음악가 김 록(1968 ~ ) 매미들은 다른 매미를 맴돌며 울고 있는데 소리틀도 없고 울림통도 없는 매미 는 어찌 우나 울음을 품고 있는 매미가 가여운데 나는 어찌 우나 더 이상 치지 않는 피아노의 뚜껑은 늘 열려 있었고 건반의 소리들은 먼지가 되었는데 건반은 어찌 우나 다른 매미를 부르지.. 뉴스가 된 詩 2010.09.08
[스크랩] [정일근]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 - 정 일 근 - 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바람을 .. 뉴스가 된 詩 2010.09.04
[스크랩] [김승기] 역 역(驛) 김승기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驛)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켜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 기어이 또 가지.. 뉴스가 된 詩 2010.08.27
[스크랩] [장기연] 흔적 1 흔적 1 장기연 담아두었던 기억 벗기며 흔적을 지워낸다 부질없음인 줄 모르지 않건만 끝내 부인할 수 없었던 흔들림의 순간 홀로 있음에 울컥 치미는 속울음 삼키면 빈 들녘 헐벗은 몸으로 드러누운 짚단더미처럼 씨알을 다 털어버린 알몸 드러낸 허허로움이 한순간 몰아쳐온다 그립다 그 사람이 슬.. 뉴스가 된 詩 2010.08.18
[스크랩] [이성애]허공 속의 등꽃 허공 속의 등꽃 이성희 아득한 허공에서 비는 좌천동 산동네 흑백사진의 저녁으로 내리네요 내리면서 어두워지는 비는 작은 허공들입니다 이마에 찬 허공이 닿습니다 사글세 낮은 지붕 흐린 골목에 허공이 켜집니다 시멘트 길 틈 사이에 개망초 잎사귀 누나를 기다리다 잠든 아이의 얇은 잠 단칸방 .. 뉴스가 된 詩 201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