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 가는 소나무
안상학
내 사주에 나는 소나무를 닮은 갑목甲木이라는데
비록 박토에 뿌리박고 있지만
아무리 목이 말라도 강으로 걸어가는 법이 없는
고집 센 소나무라는데
트럭에 실려 가는 소나무 보면
겨우 옮겨 살 만큼 뿌리와 흙 새끼줄로 친친 동이고도
팔자 좋아라 누워 가는 소나무 보면 은근히 부러워진다
새 땅에 옮겨 앉아 새로 살아볼 수 있는 저 소나무처럼
나도 어디 참한 땅 옮겨 앉아 팔자 고쳐볼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도 이내 마음 고쳐먹는 것은
내 인생에도 물줄기 쳐들어올 날 있으리라고
하마나 하마나 버텨온 삶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박토는 고사하고 물도 흙도 없을 것만 같은
높은 산 바위에 걸터앉아
신선처럼 살아가는 소나무도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시집『아배 생각』(애지, 2008)
▶안상학=1962년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등.
소나무나 사람이나 땅에 뿌릴 박고 머릴 하늘로 두고 주민등록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게 닮았네요. 한 백년 뿌리내리고 살던 낙락장송이 겨우 솥단지나 걸고 연명할 제 바닥 흙을 이불보따리 꾸리듯 싸매고 이삿짐트럭에 실려 도회지 한가운데로 불원천리 달려오네요. 그것도 풍모가 빼어나야 뽑히는군요. 누가 알겠어요. 도시를 짓기 전엔 저들의 영역이었을지. 나무는 기억하겠죠. 생명이란 태어난 제 바닥에 있어야 뿌리가 깊지요. 선령 지키는 소나무는 그렇다손, 늘 푸르지만 눈이 와야 더 푸른 일송정 솔뿌리, 석송의 기개 같은 본동사람 근본은 바람도 못 흔들어요. 박정애·시인
- 국제신문[아침의시]
** 몇 번 만날 때마다
술이 한잔 들어가서 화색이 돌던 안동 사람 안상학 시인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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