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이영식] 북어국 끓는 아침

문근영 2010. 9. 11. 12:22

 

북어국 끓는 아침

 

  이 영 식(1956~ )

 

 

생목이 올라 눈뜬 아침, 아내는

북어를 패고 있다

우리집 세간에도 패고 두드려

방짜로 풀어놓을 무엇이 남아 있던지

뺄랫돌 위에 난장을 치고 있다

베링해에서 겨울산정까지

가시뼈 움켜쥐고 얼리고 말리던

난바다 한 덩이,

살점 튀도록 곤장치레 당한 뒤에야

황금빛 속내를 풀어놓는다

일찌거니

명란, 창란젖으로 장기(臟器) 내어준

보시덩어리

냄비 속 대파 몇 뿌리와 한 통속으로

끓는다

기다리면, 내게도 올 것이 있다는

국 한 그릇의 희망이 뜨는 아침

어둠 벗은 길들이 환하게 일어선다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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