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음악가
김 록(1968 ~ )
매미들은 다른 매미를 맴돌며 울고
있는데
소리틀도 없고 울림통도 없는 매미
는 어찌 우나
울음을 품고 있는 매미가 가여운데
나는 어찌 우나
더 이상 치지 않는 피아노의 뚜껑은
늘 열려 있었고
건반의 소리들은 먼지가 되었는데
건반은 어찌 우나
다른 매미를 부르지 않아 '매미들'
이 될 수 없는
매미에게, 바닥에 놓인 물 한 사발
같은 울음은 없으리
소리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악기가, 아무리 신들려 울었어도
고물상에 가면 다 고물이 된다
먼지는 온 세상을 누르는, 소리 없
는 건반이다.
당신은 어찌 우나
울음은 우리의 존재증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에서 매미가 울음이 되며
울음이 먼지로 되는, 그런 다음 그 먼지 뒤에 숨은 당신이 되는 시의 어법을 보십
시오. 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봅니다. 모든 괜찮은 예술이 그러는 것처럼,
신을 향한 모든 잠이 그러는 것처럼. < 강은교 . 시인 >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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