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驛)
김승기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驛)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켜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
기어이 또
가지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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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칸칸마다 밤이 푸른 완행열차를 타고 와 편입된 도시의 삶.
학교 나오고 직업도 갖고 해 이제 뿌리내렸나 했더니 아닌가 보다.
돌고 돌고 갈아타고 갈아타는 환승, 주마등도 가파른 속도 어지러워 잠시 내려 바라본 삶.
이건 아닌가 보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에 겨워, 제 스스로에 치여 내려놓은 삶에
또다시 어서 떠나라 기적 우는 생 자체가 역인 것인가.
- <이경철·문학평론가>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장사익 님의 노래로 들으면 어떤 색깔일까?'
기다려집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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