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냄새 젖냄새
이선형
땅에 얼굴을 묻고 염소가 삭둑, 풀 뜯는 소리
아기 목구멍이 엄마 젖을 넘기는 소리
세상 여윈 것들 살 오르는 소리
비우면 채워지는 소리
풀냄새 젖냄새 노을 번져도
삭둑 삭둑
그리울 것 없는 소리
하루를 탁발하고 돌아와 부처님 발 씻는 소리
- 국제신문[아침의 시]
▶이선형=1958년 경남 통영 출생. 199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
**시작노트=묵정밭에 염소가 풀 먹는 소리를 듣는다. 삭둑, 삭둑, 삭둑, 삭둑….
번져나는 조용한 식사 소리, 흰구름, 흰구름, 흰구름….
땅에 입을 맞추고 염소는 걸음걸음 절하며 앞으로 간다.
어쩌나, 나는 자꾸만 어긋난다.
흰구름에게서, 땅에게서, 신에게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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