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박형준] 겨울 아침 겨울 아침 박 형 준 뜰에 부려놓은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았다 햇살이 터오자 어미 개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다리 힘 없어 비틀거리는 새끼들을 혀로 세웠다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은 겨울 아침 이쪽으로 쓰러지려 하면 저쪽으로 핥는 어미 개의 등허리에 서리가 반짝였다 서리.. 뉴스가 된 詩 2011.03.17
[스크랩] Re:[김준태] 감 꽃 감 꽃 김 준 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이제는 감꽃이 피어도 아무도 그 떫은 꽃을 먹지 않는다 밤새 떨어진 감꽃을 주워다 목걸이를 만들지도 않는다. 감꽃 필 때 울콩 심고 감꽃 질 .. 뉴스가 된 詩 2011.03.15
[스크랩] [강은교] 눈 녹다 눈 녹다 눈 녹다 눈 녹다 강은교 세상엔 눈 녹는 소리 가득하다 녹지 않겠다고 야단, 야단,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고함, 고함들 세상엔 눈 녹는 소리 가득하다 아야아 ―시집『초록거미의 사랑 』 (창비, 2006) ******** 소란스럽고 떠들썩하다. 벅적거리는 시장통도, 와글와글 떠다니는 초등학교 교실도, 빵빵 경.. 뉴스가 된 詩 2011.03.13
[스크랩] [박의상] 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 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 박 의 상 아침 사과 하나를 먹고 남은 9개를 보네 하나씩 먹으면 아흐레는 더 먹겠군 그러나, 아흐레나 더 나 혼자 어떻게 먹는담 내일 여기 누가 하나 와서 나흘이라도 우리 둘 같이 먹는다면! 셋이 와서 이틀이라도 우리 넷이 같이 먹는다면! 그런데, 그러고도 하나는 남는.. 뉴스가 된 詩 2011.03.04
[스크랩] [한영옥] 내 영혼의 슬픈 눈 내 영혼의 슬픈 눈 한 영 옥 아침 물리며 아침상 차려준 이도 물리다가 점심 물리며 점심상 차려준 이도 물리다가 저녁거리를 싸들고 온 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탈 듯이 비로소 간절하다 하얗게 지는 해자락에 싸들고 온 슬픈 저녁 끼니 목메는 깻잎 한 장 한 장 일으켜 먹으며 석양을 온 힘으로 받는.. 뉴스가 된 詩 2011.03.04
[스크랩] [이시영]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이 시 영 내 영혼은 오늘도 꽁무니에 반딧불이를 켜고 시골집으로 갔다가 밤새워 맑 은 이슬이 되어 토란잎 위를 구르다가 햇볕 쨍쨍한 날 깜장고무신을 타고 신나게 봇도랑을 따라 흐르다가 이제는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기나긴 목화 밭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출근했다가 아몬드에서 한.. 뉴스가 된 詩 2011.02.28
[스크랩] [박재삼] 아기 발바닥에 이마 대고 아기 발바닥에 이마 대고 박재삼 一년 五개월 짜리 상규의 잠자는 발바닥 골목 안과 뜰 안을 종일 위험하게 잘도 걸어다녔구나. 발바닥 밑으로 커다란 해를 넘긴 어여쁘디 어여쁜 발아. 돌자갈 깔린 길보다도 험한 이 애비의 이마를 한번 밟아 다오. 때 안 타는 연한 발아. 햇살이 겨울 가지에 불을 켜.. 뉴스가 된 詩 2011.02.23
[스크랩] [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 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 뉴스가 된 詩 2011.02.20
[스크랩] [고재종] 동안거 동안거(冬安居) 고 재 종 목화송이 같은 눈이 수북수북 쌓이는 밤이다 이런 밤, 가마솥에 포근포근한 밤고구마를 쪄내고 장광에 나가 시린 동치미를 쪼개오는 여인이 있었다 이런 밤엔 윗길 아랫길 다 끊겨도 강변 미루나무는 무장무장 하늘로 길을 세우리 눈은 길을 끊는다. 집과 집 사이, 마을과 마.. 뉴스가 된 詩 2011.02.16
[스크랩] [김사인] 조용한 일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김사인=1955년 충북 보은 출생.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창간동인으로.. 뉴스가 된 詩 201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