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박 형 준
뜰에 부려놓은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았다
햇살이 터오자 어미 개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다리 힘 없어 비틀거리는 새끼들을
혀로 세웠다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은 겨울 아침
이쪽으로 쓰러지려 하면
저쪽으로 핥는 어미 개의
등허리에 서리가 반짝였다
서리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시인의 최신작이다. 김종삼의 사랑받는 시 '묵화'와 쌍벽을 이룰 것 같다.
'묵화' 는 이렇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할머니와 소가
하루의 노동을 끝낸 저물녘 풍경을 지극히 적막한 색조로 그렸다. '겨울 아침'
은 출산의 더운 노동을 행하는 어미 개와 새끼들의 신생을 서리가 반짝이는
겨울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 빛나게 놓았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얹힌 할머니
의 손과 갓 낳은 새끼들을 핥는 어미 개의 등허리에서 반짝이는 서리는 각각의
숭고미를 자아낸다. 등허리의 서리에서 김까지 오르고 있다니 물세계와 생명
세계의 무한 융합의 감동 크다. 소와 어미 개가 있는 이 두 세계는 그 대비되는
차이로 따로따로 극명하게 아름답다. <이진명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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