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귀
정재필
우수, 경칩 지나면
나무가 귀를 연다
겨우내 빠알갛게 얼어붙었던 귀
쫑긋이 세워 열고 있다
온천천 둑길
늘어선 벚나무들
온천천 향해 가지 길게 뻗어
일제히 귀 기울이는 모습 볼 수 있다
산책길 노부부의 다정한 속삭임
자전거 타는 소년들의 해맑은 웃음
봄소식 재잘대는 냇물 소리
활짝 귀 열어 듣고 있는 모습 볼 수 있다
아직도 눈바람 들이치는 삼월 초순
작은 소리 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으려다
당나귀 귀가 된 임금님의 귀처럼
점점 크게 열리는 나무의 귀 볼 수 있다
▶정재필=1938년 경남 진주 출생. 계간 '문학예술'로 등단. 부산대 간선문학회 활동. '흑기' '시와 시론' 동인.
▶시작노트
온천천 둑에 늘어선 벚나무들은 하나 같이 가지를 온천천 산책로를 향해 귀 기울이듯 뻗고 있다. 산책객들의 숨소리나 온갖 수다, 멀리서 기지개 켜고 있는 봄소식을 그의 귀 속에 담고 있다. 그 귀 활짝 열리는 날 이 모진 추위도 끝나 봄이 만개하리라.
-국제신문 [국제시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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