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윤 효] 봄

문근영 2011. 4. 5. 10:38

 

윤효

 

 

가랑비 몇 줄기 지나갔을 뿐인데

밑동도 채 적시지 못하고 스쳐갔을 뿐인데

나무는 가지 끝이 잔뜩 부풀었다.

그 탱탱함 어쩌지 못하고 진저리를 치고 있다.

허망타, 한철 수행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또 한 차례의 수런거림이 누리에 자욱이 번져가것다.

 


-시집 『햇살방석』 (시학, 2008)

▶윤효=1956년 충남 논산 출생.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결' '얼음새꽃' 등.



**삼월이다. 겨우내 수행에 들었던 나무들의 뼈마디에서 우두둑 관절 풀리는 소리 들린다. 게다가 어제는 봄을 재촉하는 비까지 내렸다. 비의 뒤꽁무니에 꽃샘추위가 따라 붙는다는 예보도 있지만 무슨 대수랴. 얼음장 밑을 흐르는 개울물은 봄소식을 알리느라 부지런히 속살거리고, 이제 곧 탱탱한 소문을 따라 바람난 꽃소식은 들려올 것이다. 잠시 허망타. 긴 동안거의 용맹정진이 이렇듯 한순간에 무너져 옷고름 풀게 하다니. 허나 또 어쩌랴. 한껏 부풀어 오른 이 몸은 온 누리에 번져나는 저 수런거림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도 없으니. 고증식·시인 /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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