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진다
황구하
저 검은 몸속이다
하늘로 가는 길 은밀히 뚫어 놓았나
여의주 문 물고기 한 마리
지금 막 헤엄쳐 나간 게 분명하다
시리디시린 하얀 비늘들
저리 환히 쏟아지는 걸 보면
―시집『물에 뜬 달』(시와에세이, 2011)
▶황구하 = 1965년 충남 금산 출생. 2004년 '자유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물에 뜬 달'.
***
벚꽃예보는 예년보다 며칠 빨리 꽃이 필 것이라지만, 꽃샘추위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꽃 한 번 피우는데 무슨 시샘을 그리 내는지, 봄의 기운을 맛본 후의 추위가 한층 매섭게 느껴진다. 낙화의 이미지가 선명한 감각적인 시다. 벚나무의 식물성을 물고기의 동물성으로 연결하는 상상력,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서 물고기의 비늘을 발견한 시인의 눈이 새롭다. 시의 첫걸음은 일상의 발견. 꽃 피는 풍경보다 꽃 지는 풍경이 시에 더 가깝다. 소멸하는 것, 사라지는 것이 모든 존재의 공통의 운명에 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늘을 다 쏟아놓고 갔으니, 그 물고기 맨몸으로 멀리 가자면 쓰리고 아프겠다.
- 최정란·시인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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