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다 눈 녹다
강은교
세상엔 눈 녹는 소리 가득하다
녹지 않겠다고 야단, 야단,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고함, 고함들
세상엔 눈 녹는 소리 가득하다
아야아
―시집『초록거미의 사랑 』 (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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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고 떠들썩하다. 벅적거리는 시장통도, 와글와글 떠다니는 초등학교 교실도, 빵빵 경적을 울려대는 찻길도 아닌데 말이다. 천지에 눈 내려 고즈넉하기만 할 것 같은 풍경이 이렇듯 야단법석이라니. 시인의 귀에는 세상을 덮어버린 하얀 솜이불 속에서도 아우성 소리가 들리나 보다. 그러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세상의 모든 소음들을 받아 안으며 '괜찮다, 괜찮다'고 싸안아 준 눈송이들, 그리고 그 속에 살아있던 수많은 존재들의 마지막 부르짖음! 바쁜 일상 잠시 접고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시라. 사라져가는 것들의 여린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고증식·시인 /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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