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박재율] 당신을 위하여 당신을 위하여 박재율 바이올린이 지하철을 운전하는 거 본 적이 있나요 해금이 기차를 달리게 하는 거 들은 적이 있나요 버스가 첼로를 문지르는 건 비행기가 아쟁을 켜는 건 아세요, 모르세요 눈을 쫑긋 세우고 귀를 크게 떠보아요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고 있는지 어디로 당신은 가고 있는지 ▶박재.. 뉴스가 된 詩 2011.09.02
[스크랩] [이승욱] 지상의 집 지상의 집 이 승 욱 아들 둘, 개 한 마리 푸른 대추나무가 삽니다 물론 아내가 살고 저도 살지만요...... 채송화 한 떨기 고운 불꽃심지 같이 긴 날의 빈 뜰을 태우는 여름, 더러 맑은 하늘의 창이 열리면서 누군가 지상의 우리 집을 가만히 내려다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는 우리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 뉴스가 된 詩 2011.08.28
[스크랩] [이형기] 나무 나무 이 형 기 나무는 실로 운명처럼 조용하고 슬픈 자세를 가졌다.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그런 자세로 평생을 산다. 철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소란한 마을길 위에 스스로 펴는 그 폭넓은 그늘...... .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천 년의 강물이다. 사람보다 먼저 나.. 뉴스가 된 詩 2011.08.25
[스크랩] [마종기] 아내의 잠 아내의 잠 마 종 기 한밤에 문득 잠 깨어 옆에 누운 이십 년 동안의 아내 작게 우는 잠꼬대를 듣는다. 간간이 신음 소리도 들린다. 불을 켜지 않은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멀리서 들으면 우리들 사는 소리가 결국 모두 신음 소리인지도 모르지.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것, 그것 알게 된 것이 무슨 대수.. 뉴스가 된 詩 2011.08.12
[스크랩] [이정모] 오해 오해 이정모 새 한 마리 나무 가지에 앉으려고 발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드는 그 순간 움켜쥔 것은 가지인데 그때 비명을 지른 것은 가지도 바람도 새도 아닌 허공이었다. -시집『제 몸이 통로다』(신생, 2010) ▶이정모=1950년 강원 춘천 출생. 2007 '심상' 등단. ** 여백의 미를 잘 살린 시다. 아주 멋들어진 .. 뉴스가 된 詩 2011.07.30
[스크랩] [권순진] 개별 경제학 개별경제학 권순진 입맛 당기고 호기심도 당기는 점심 특선 웰빙 비빕밥 정가가 육천 원이라..... 잠시 망설이다 사천 원 짜리 그냥 비빔밥으로 낙찰을 본다 문자 받고 가야 되나 말아도 되나 머리 굴리다가 찾은 고등학교 동창 초상집에 미리 준비해간 부의금 삼만 원 다른 녀석은 대게 오만 원이고 십.. 뉴스가 된 詩 2011.07.30
[스크랩] [도종환] 담쟁이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뉴스가 된 詩 2011.07.25
[스크랩] [박성우] 보라, 감자꽃 보라, 감자꽃 박 성 우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일 갈 적에도 마을회관 놀러 갈 적에도 문 안 잠그고 다니는 니 어미 누가, 자식 놈 흉이라도 볼까봐 끼니때 돌아오면 대문 꼭꼭 걸어잠그고 찬밥에 물 말아 훌훌 넘기는 칠순에 닿은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 뉴스가 된 詩 2011.07.13
[스크랩] [이재무] 나무 한 그루가 한 일 나무 한 그루가 한 일 이재무 강물 내려다보이는 연초록뿐인 언덕 위의 집 홀로된 노인 과실수 한 그루 구해 심으니 바람 몰려와 우듬지 흔들다 가고 햇살 잎잎마다 매달려 잉잉거린다 가지 끝 대롱대롱 빗방울 무수한 벌레들의 남부여대 껍질 속 세 들어 살고 꽃 피자 벌 나비 붐비고 구름 커튼 두껍.. 뉴스가 된 詩 2011.07.07
[스크랩] [최영철] 늙음 늙음 최영철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뉴스가 된 詩 201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