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이형기] 나무

문근영 2011. 8. 25. 10:45

나무

 

  이 형 기

 

 

나무는

실로 운명처럼

조용하고 슬픈 자세를 가졌다.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그런 자세로

평생을 산다.

 

철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소란한 마을길 위에

 

스스로 펴는

그 폭넓은 그늘...... .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천 년의 강물이다.

 

 

 

 

 

사람보다 먼저 나무가 있었다. 처음 뿌리 내린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건

그의 운명이다. 나무를 찾아 든 짐승은 잎을 갉아먹고,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도도하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홀로 슬프다. 사람도 나무를 찾아왔다. 사람은 머무르는 자리마다

나무를 심으며 수천의 세월을 보냈다. 나무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곳이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비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꼼짝 않고

나무는 제 속살에 차곡차곡 세월을 쌓는다. 말 없이 서서 천년의 역사를

담는다.  <고규홍 . 나무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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