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이정모
새 한 마리
나무 가지에 앉으려고
발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드는
그 순간
움켜쥔 것은 가지인데
그때
비명을 지른 것은
가지도 바람도 새도 아닌
허공이었다.
-시집『제 몸이 통로다』(신생, 2010)
▶이정모=1950년 강원 춘천 출생. 2007 '심상' 등단.
**
여백의 미를 잘 살린 시다. 아주 멋들어진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절제된 언어의 붓으로 나뭇가지에 앉으려는 한 마리 새를 순간필법으로 그려놓았다. 시인은 순간을 발견하는 존재, 새가 나뭇가지에 착지하는 순간을 포착해서 바람과 허공을 일으켜 세워 빚어내는 솜씨도 놀랍지만 새가 날아드는 순간 깨어지는 허공으로의 의미 확장은 깨달음이라는 본질에 가 닿아 있다. 이 시인의 바라봄에 대한 직관의 힘이 마음의 눈까지도 열리게 한다. 사소한 일상을 깨트리는 자유로움이 시인에게는 작은 '오해'다. 세상에 무심히 일어나는 일은 없듯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 귀를 세운다. / 권정일·시인
-국제신문[아침의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형기] 나무 (0) | 2011.08.25 |
---|---|
[스크랩] [마종기] 아내의 잠 (0) | 2011.08.12 |
[스크랩] [권순진] 개별 경제학 (0) | 2011.07.30 |
[스크랩] [도종환] 담쟁이 (0) | 2011.07.25 |
[스크랩] [박성우] 보라, 감자꽃 (0) | 2011.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