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집『당신은 누구십니까』 (창비, 1993)
▶도종환=1954년 충북 청주 출생.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시 '고두미 마을에서' 발표. 시집 '접시꽃 당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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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의 생존 방식은 벽에 몸을 붙여 살아가는 것인데, 이것을 시인은 담쟁이가 절망을 다 덮고, 넘어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이어진 벽은 없나요? 절망은 없나요? 무엇이 절망인가요? 절망은 무엇이었나요? 절망을 하는 것도 인간이고, 그 절망을 이겨내는 것 또한 인간입니다. 담쟁이처럼 말없이, 서두르지 않고, 손잡고 올라가는 속 깊은 사랑의 사람이 다시금 그리워지는 유월의 끝자락입니다./ 이희철·시인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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