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박성우] 보라, 감자꽃

문근영 2011. 7. 13. 11:22

 

보라, 감자꽃

 

  박 성 우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일 갈 적에도

마을회관 놀러 갈 적에도

문 안 잠그고 다니는 니 어미

누가, 자식 놈 흉이라도 볼까봐

끼니때 돌아오면

대문 꼭꼭 걸어잠그고

찬밥에 물 말아 훌훌 넘기는

칠순에 닿은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어머니가 챙겨 싸준 감자

쪼글쪼글 썩혀서 버린 화단에

자주 감자꽃은 피어,

꽃핀 나 볼라 말고

쪼글쪼글 오그라드는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 박성우 시집 『가뜬한 잠』(창비, 2007. 3)

 

 

 

- 만날 때마다 박성우 시인은 먼저 수줍게 웃는다. 말수는 적고 수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보태지 않되 친절하다. 시도 그러하다. 조용한 배려와 연민의 시심이 그에게는

있다. 더 많은 언어를 서둘러 소유하려는 시대에 그는 최소한의 언어를 숙성시킨다. 알

듯 모를 듯한 사견을 함부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나의 말을 아껴 생긴 작고 따뜻한 곳에

가난한 사람과 사물을 흔쾌히 끌어다 앉힌다. 그들과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나란히 앉아

해락(偕樂)하니 발고여락(拔苦與樂) 또한 있다. 이런 마음의 사용은 많은 이들이 폐기하

고 있는 것이므로, 그의 이번 시집은 언어의 단비로 경작한 천수답처럼 이 시대에 희귀하

다. 인간을 옹호하는 것을 하찮고 귀찮게 여겨 다들 손 털고 떠날 때에도 그와 그의 시는

마지막에 남을 것이다. 이번 시집은 고무래로 긁어모은 한 됫박의 소금시집 같다. 읽다보

니 좋은 시는 역시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내심(內心)은 겉말로써 포

장될 수 없는 것이기에.    - 문태준 시인 (표지글)

 

 

 

 

 

 

 

 

출처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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