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
최영철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그렁
-시집『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
▶최영철=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림자 호수' 등.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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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의 깊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존재의 자유를 이해하며 끄덕끄덕, 다 비워도 가득한 것. 좋음과 좋지 않음, 친함과 친하지 않음을 시비하지 않고 다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이 시의 큰 매력이다.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렇다고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그럼그럼'과 손꼽아 기다리는 기다림을 열고, 지워진 금 같은 작은 마음을 열어, 먼 곳을 응시하는 눈가의 이슬 같은 시간의 흐름은 늘 '그렁그렁'하다. 그럼과 그럼 속에 각진 시간의 모서리들이 닳고 닳아 둥글어진, '그렁그렁'한 모서리를 돌아 활처럼 휘는 마음이여! 권정일·시인
-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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