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황인숙] 알 수 없어요

문근영 2011. 7. 2. 12:55

알 수 없어요

 

황인숙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출처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2011.6.4)

 

 

*만해의 유명한 시와 제목이 같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이 진지한 시를 넋 놓고 읽어보자.

그리고 그 얼굴 그대로 이 시를 읽자.

골똘한 표정과 멍한 표정은 데칼코마니 같다.

'표정'이라는 얇은 지층 너머를 생각할 수가 없어서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는 건 보이는 것 너머를 본다는 뜻이다.

혹은 그 반대이기도.

별을 보다가 우물에 빠졌다던 그리스 철학자처럼

우리는 현상계 너머를 생각하다가 바보처럼 현상액 속에서 인화되고 말았다.

보르헤스는 최고의 미로를 사막이라고 했다

빠져나갈 길 자체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걸 바다라 부른다.

길이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방문 여는 게 항로 개척만큼이나 어렵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시 읽기 : 권혁웅 시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