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을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존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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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한 시의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 시인은 민족운동을 위해 무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혐의로 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간 피붙이이던 어린 딸애가 초등학생으로 자라났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내는 옥바라지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온갖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윽한 시이다. 그러나 이 시를 깊이 들여다보면 민족문제와 성(Gender)문제를 함께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의미심장한 시이다. -2001년 매일신문 김용락<시인>해설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최동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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