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로맨스
서규정
새, 가끔씩 가슴을 따주던 열쇠들이 저렇게 높이 떠 날아가선
자물통 같은 몸통을 열어주려
서로를 끌어안고 그렇게 달그락거렸던 건
외로움이 곁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새알 하나
그것이 새털보다 많은 날들을 뒹굴고 뒤채이며
날개 짓을 했던 이유일 것이다
잘 가라 로맨스
깊은 강이 왜 곁쇠 구멍처럼 소용돌이치며 흐르는지
곁쇠질만 남긴 몸통은 잠시 몸부림이란 좌판을 벌렸어도
새는 열쇠 가게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곁쇠 - 제 짝이 아닌 짝퉁열쇠
―시집『참 잘 익은 무릎』(신생, 2010)
▶서규정=1949년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황야의 정거장' 등.
***
안타까운 사랑을 아파하는 보기 드문 노래, 이 시인에게는 가끔씩 찾아와 가슴을 덥혀주던 사랑이 있었는가 봅니다. 그 사랑을 새처럼 떠나보내고, 외로움이라는 새알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가 봅니다. 외로움으로 남겨진 새알이 다시 부화되기를 기다리는데, 그런데 한 번 떠난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봅니다. 짝퉁 열쇠로라도 달그락거리며 붙들고 싶은 몸부림이 파문처럼 번져 절실합니다. '잘 가라'가 긴 여운으로 남아 나에게는 왜 '돌아오라' 로 읽힙니다. 권정일·시인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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