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경제학
권순진
입맛 당기고 호기심도 당기는 점심 특선 웰빙 비빕밥
정가가 육천 원이라..... 잠시 망설이다
사천 원 짜리 그냥 비빔밥으로 낙찰을 본다
문자 받고 가야 되나 말아도 되나 머리 굴리다가
찾은 고등학교 동창 초상집에
미리 준비해간 부의금 삼만 원
다른 녀석은 대게 오만 원이고 십만 원도 했다는데
잠시 망설이다 돌아서서
슬그머니 이만 원을 더 보탠다
이천 원의 내핍과 이만 원의 체면
스스로 쩨쩨해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그래서 늘 부자가 부럽기는 부럽다
이런 개별적인 고심 한두 번 안 해 보신 분 있을까.
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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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경제논리, 요즘 아이들은 뱃속에 있을 때 부터 빈부의 격차를 가진다 하니, 스스로 선택한 삶도 아닌데 출발부터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성 싶다. 어떤 대졸 실업인은 '티끌모아 티끌' 일 뿐이라는 지조적인 말로 현대를 빗대기도 하였으니, 그러한 시대, 한 변방에서 시를 기록하고 시를 보급하고 또 시를 해석하며 시 사랑을 실천하는 이 과묵하고 우직한 시인에게 언젠가부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가 보내온 첫 시집이 반갑고 그 시집 안에 비빔밥과 부의금 봉투를 놓고 망설이는 시인의 모습이 재미있다. 그거 바로 내 얘기 아닌가 싶어 솔직한 모습에 저어기 정감을 느끼는바, 주머니 속에서 저울질하는 그 내용 다소 겸연쩍지만, 이 정도는 애교있는 일상이라 치부해도 되겠다. 부자들도 그 갈등에선 절대 예외가 아니니, 그거 쩨쩨한 일 아니니, 부끄러운 일 더욱 아니니, 그냥 우리 오늘도 내일도 넣었다 뺏다 갈등하며 어여쁘게 살면 어떨까, 그것까지 포함하여 삶이고 인생이니까. - 이규리 시인의 시와함께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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