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잠
마 종 기
한밤에 문득 잠 깨어
옆에 누운 이십 년 동안의 아내
작게 우는 잠꼬대를 듣는다.
간간이 신음 소리도 들린다.
불을 켜지 않은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멀리서 들으면 우리들 사는 소리가
결국 모두 신음 소리인지도 모르지.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것,
그것 알게 된 것이 무슨 대수랴만,
잠속에서 작게 우는 법을 배우는
아내여,
마침내 깊어지는 당신의 내력이여.
밤중에 문득 깨어 아내의 잠꼬대를 듣는다. 슬픈 꿈이라도 꾸는가.
잠의 이편에 남편을 놓아두고 저편에서 외롭게 운다. 산등성이 마을의
불빛처럼 제 울음에 흔들리며 깜빡깜빡 운다. 작게 몸을 웅크려 물음표
모양으로 운다. 당신은 어디 있었나. 남편은 어쩌면 남의 편이어서, 유행가
말마따나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둔 것이어서, 당신의 말은 등 뒤의
소식이었다. 내가 안을 때 당신은 돌아누웠고, 내가 외면했을 때 당신은
내면을 열었다. 동상이몽의 잠이었다. 그런데 아내여, 우리는 그렇게 해서
한곳을 보았다. 잠 속에서도 같은 방향이었다. 좌판 위의 새우들처럼, 우리는
아이들까지 함께 나란하지 않으냐. (추신) 시인이 이 시를 쓴 후 또 20년이
흘렀다. 그러니 당신의 내력은 또 얼마나 깊어졌을 것인가. <권혁웅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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