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명인] 꽃차례 꽃차례 김명인 그가 떠나면서 마음 들머리가 지워졌다 빛살로 환하던 여백들이 세찬 비바람에 켜질 당할 때 그 폭풍우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하고 절망하고서 비로소 두리번거리는 늦봄의 끝자락 운동모를 눌러쓰고 몇 달 만에 앞산에 오르다가 넓은 떡갈잎 양산처럼 받들고 .. 뉴스가 된 詩 2011.11.07
[스크랩] [신덕룡] 봄동 배추 봄동 배추 신덕룡 봄동 무침을 먹는다. 남의 집에 얹혀살 듯 오갈이 들어 낮게 낮게 바닥으로 기어가며 숨 쉬던 것 싸아 하면서도 뒷맛은 달다. 쌓인 눈에 못 이겨, 한밤중 혼자서 몰래 어깨죽지를 꺾어버리던 소나무나 폐지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던 노인이 한꺼번에 몰아쉬.. 뉴스가 된 詩 2011.11.04
[스크랩] [이석래] 담쟁이 담쟁이 이석래 언 땅에 물관 뚫은 발그레한 어린 볼 시린 손 볕살 쬐며 여린 눈 반짝일 때 토담 벽 밀어 오르는 이 땅 엄마 닮았어 마음은 장밋빛깔 꿈으로 부풀어도 사는 일 뜻과는 달리 되는 것 하나 없어 가뭄 든 논바닥처럼 가슴 쩍쩍 마른 시간 좌절의 매운맛에 눈물샘 적시어.. 뉴스가 된 詩 2011.11.03
[스크랩] [전성호] 비 비 전성호 비가 오면 나무들은 물고기가 된다 나무들 본향은 우주 빗방울에 온몸 미대야 똑바로 상승할 수 있지 빗방울을 거슬러 하늘로 솟는 나무들의 날개 버드나무 잎은 버들치 떼를 몰고 밤나무 잎은 정어리 새끼 떼를 몰고 오동나무 잎은 가오리 떼를 몰고, 몰고 비가 오면 .. 뉴스가 된 詩 2011.10.31
[스크랩] [성낙진] 낡은 의무 낡은 의무 성낙진 약속도 없이 어둠이 깃들면 무거운 저녁을 짊어진 사람들이 어슴푸레한 골목을 밟고 들어온다 그들의 손엔 계산되지 않은 하루 품삯이 얄팍한 비닐봉지에 들려져 어지간히 어려운 것쯤은 알 것 같다 저녁밥 상이라야 라면 아니면 아침에 먹다 남은 찬밥 덩어리.. 뉴스가 된 詩 2011.10.27
[스크랩] [문복주] 애기능금 애기능금 문복주 백 번 꽃 피우고 백 번 잎 떨구니 백년의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 겨우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잎처럼 나는 왜 그리 슬픔도 많이 눈물도 많이 흘렸는지 그러나 우리의 사랑 위하여 천공(天空)의 일월(日月) 따다 꽃등 밝혀 놓았느니 사랑아, 어둔 밤길 더듬어 달려오라 .. 뉴스가 된 詩 2011.10.27
[스크랩] [유안진] 옛날 애인 옛날 애인 유안진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 -시집 『둥근 세모꼴』(서정시학, 2011) ▶유안진=1941년 경북 안동 출생. 현 서울대 명예교수.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다보탑을 줍다' '알고' 등.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 정지용문학상, 이형기문학상, 한국 펜문학상 등 수상. **사랑은 알 수 없는 것, .. 뉴스가 된 詩 2011.10.20
[스크랩] [최원준] 지팡이 지팡이 - 양말 빨래 최원준 빨랫줄에 발들이 걸려 있습니다. 새벽 논배미 물꼬 대던 발, 아비 막걸리 심부름 갔던 발, 북망 간 마누라 배웅하던 발… 모든 수고로운 발들이 쉬고 있습니다. 그들의 걸어온 길 서로 다르듯 그들이 흘린 땀 냄새도 다르겠지요. 그래도 두 짝이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갔을 겁.. 뉴스가 된 詩 2011.10.18
[스크랩] [이은봉] 쉰 쉰 이은봉 더는 뜻 세우지 못 하리 더는 어리석어지지 못 하리 더는 천박해지지 못 하리 더는 사랑에 빠지지 못 하리 더는 술 취해 길바닥에 나뒹굴지 못 하리 더는 비 맞은 초상집 강아지 노릇 못 하리 가을이 오면 호박잎 죄 마르는 거지 늙어빠진 알몸 절로 불거지는 거지 담장 위 누런 호박덩어리 .. 뉴스가 된 詩 2011.10.17
[스크랩] [유홍준] 나비 리본 나비리본 유홍준 나비리본이 달린 꽃다발을 받았다 나비리본이 달린 케이크를 받았다 나비리본이 달린 상장을 받았다 너는…나비리본이 달린 너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나비리본이 달린 꼬르싸주를 하고 있었다 나비리본이 달린 에나멜 구두를 신고 있었다 너는, 나비리본이 달린 너는 나비리본.. 뉴스가 된 詩 201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