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능금
문복주
백 번 꽃 피우고
백 번 잎 떨구니
백년의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
겨우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잎처럼
나는 왜 그리 슬픔도 많이
눈물도 많이 흘렸는지
그러나 우리의 사랑 위하여
천공(天空)의 일월(日月) 따다 꽃등 밝혀 놓았느니
사랑아, 어둔 밤길 더듬어 달려오라
천 번 더 꽃잎 떨구어 우리 만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빛 따서 씨앗에 감추고
온몸 꽃등 켜리라.
-시집 『식물도 자살한다』(시와산문사, 2001)
▶문복주=1952년 인천 출생. 시집 '꿈꾸는 섬' '우주로의 초대' '제주 수선화' 등.
**애기능금은 그대 어서 오시라, 달려오시라 꽃등을 밝힌 것이군요. 온몸으로 꽃등을 밝힌 것이군요. 세상의 모든 빛. 세상의 모든 씨앗이 그 속에 있었군요. 우리 사랑은 몇 번의 꽃잎을 떨구고 나서야 만난 것일까요. 그대와 나는 몇 번의 잎을 피웠다 지우고는 만난 것일까요.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우린 모두 꽃등이네요. 저 애기능금처럼.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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