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양말 빨래
최원준
빨랫줄에 발들이 걸려 있습니다.
새벽 논배미 물꼬 대던 발,
아비 막걸리 심부름 갔던 발,
북망 간 마누라 배웅하던 발…
모든 수고로운 발들이 쉬고 있습니다.
그들의 걸어온 길 서로 다르듯
그들이 흘린 땀 냄새도 다르겠지요.
그래도 두 짝이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갔을 겁니다.
한 발을 떼면 한 발은 딛고
한 발을 보내면 또 한 발은 다가오며
그렇게들 뚜벅뚜벅 걸었을 테지요.
늘 제 몸들 서로 기댔을 겁니다.
그 발들이 두 짝씩 하나 되어
햇빛 좋은 빨랫줄에 걸려 있습니다.
다시 가야할 길 가로재며
오순도순 기대어 쉬고 있습니다.
▶시작노트=세상의 모든 것들은 제 짝이 있고, 그 짝과 함께 제 몸들을 기대어 삽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몸을 맡겨두는 지팡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 지팡이로 험한 고개와 거친 물살을 함께 넘어가겠지요. 때문에 지팡이를 갖는 일이란 세상을 참 아름답게 보는 일입니다.
▶최원준=1961년 부산 출생. 1987년 '지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北邙'(북망), '금빛 미르나무숲' 등. 현재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국제신문] 국제시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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