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이석래
언 땅에 물관 뚫은 발그레한 어린 볼
시린 손 볕살 쬐며 여린 눈 반짝일 때
토담 벽 밀어 오르는
이 땅 엄마 닮았어
마음은 장밋빛깔 꿈으로 부풀어도
사는 일 뜻과는 달리 되는 것 하나 없어
가뭄 든 논바닥처럼
가슴 쩍쩍 마른 시간
좌절의 매운맛에 눈물샘 적시어도
노력하고 기다리면 끝내 이루리란 믿음
진솔은 장애물 너머
삶의 의미 키운다
주검처럼 보이나 죽지 않고 살아남아
둥지 튼 푸른 넝쿨 단풍 물든 집 한 채
담쟁이 바라보는 눈
생의 은유 환하다
▶이석래=1946년 울산 출생. 2006년 '문예춘추' 시 부문 신인상. 2008년 부산시조 신인상. 시집 '다시 듣는 사계의 노래' 등. 문학도시작가상, 한국문학신문 공모 시조대상 수상.
▶시작노트='사랑은 최선을 다해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만들어 가는 희망'이라고 V. 드보라가 말한 것이 생각이 나는 가을, 붉게 물든 담쟁이를 보니 열심히 살아온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결혼 초 유복하게 살다 중년이 되어 뜻하지 않은 두 번의 화마를 겪고 좌절을 넘나들다 자식들 위해 꿋꿋이 참고 이겨 묵묵히 전진한 내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면 생이 환해지고 따뜻해짐을 느끼며 울컥한다.
-[국제신문] 국제시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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