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게장/지영환 간장 게장 지영환 1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단지를 쉽사리 열어 보지 못한다 나는 간장처럼 캄캄한 아랫목에서 어린 게처럼 뒤척거리고 2 게들이 모두 잠수하는 정오 대청마루에 어머니는 왜 옆으로만, 주무시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 뉴스가 된 詩 2010.01.08
친절한 독촉/권선희- 대구매일신문에서 [장옥관의 시와 함께] 친절한 독촉/권선희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에 오늘은 아파뜨 관리비 마감 날입니다. 여러분들이 막바로 농협에 가가 내야 하지마는 바쁘신 양반들은 뭐시 오늘 오전 중으로 여그 관리실에다가 갖다 주므는 지가 대신 내 줄라카이 일로.. 뉴스가 된 詩 2010.01.06
여수항에서/도광의 [장옥관의 시와 함께] 여수항에서-도광의 ... 꾀꼬리 목청이 바다에 빠지는 여수항 시드니오페라하우스를 옮기지 않더라도 麗水는 이름대로 아름답다 이미자는 삼백 리 한려수도 그림 같다지만 무덤이 점점이 떠있는 검은 섬들이 주검이 어릿어릿 떠도는 고혼(孤魂)들이 여자가 남자를 호리는 고혹(蠱.. 뉴스가 된 詩 2010.01.03
막막한 날/김영수 막막한 날 김영수 구름은 아니 뵈고 구름그늘만 깔린 허공, 저 막막한 막막해서 門(문)이 없는 천지에 --> 출구를 낸다 새 몇 마리 소리 시인의 아호는 '鵲松(작송)'. 우리말로는 '까치솔'쯤 되겠지만, 그냥 '까치 형'이라 부릅니다. 하마 스무 해 전의 일이로군요. 이 땅을 떠날 때 공항에서 걸려온 마지막.. 뉴스가 된 詩 2010.01.02
가을의 하늘이 또 저만큼 높아졌구나/고희림 [장옥관의 시와 함께] 가을의 하늘이 또 저만큼 높아졌구나/고희림 --> 번데기 냄새가 바람을 타고 있다 약간 언덕의 흉내를 내고 있는 길, 길가의 벤치 백양나무군 전화 부스 그리고 짤막한 숲과 이런 곳을 찾은 사람들의 유자(有自)한 오늘 자판기에서 커피가 아닌 동전이 오히려 굴러 떨어진다 오래.. 뉴스가 된 詩 2010.01.02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고영민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고영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 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치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 뉴스가 된 詩 2010.01.02
바짝 붙어서다/김사인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벽에 바짝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냥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뉴스가 된 詩 2010.01.02
[고영민]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녹았다 얼었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 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촉촉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 뉴스가 된 詩 2009.12.2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5년 하반기 문예지게재 우수시로 선정 성냥 / 나석중 우중충한 봄날 언제 어느 개업집에서 가져온 작은 성냥 곽 하나를 열어본다 그간 소지(燒紙)에나 쓰고 남은 몇 알의 성냥개비들 참새주둥이 같이 짹짹거린다 꽃을 품고 얼마나 목이 탔으랴 저들을 활활 태워줌으로 다시 사는 것 서슴없이 한 개비 그어대는 순간 "살았다!" 소리치며 환생.. 뉴스가 된 詩 2009.12.25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늪의 內簡體를 얻다 / 송재학 너가 인편으로 붓틴 褓子에는 늪의 새녘만 챙긴 것이 아니다 새털 매듭을 풀자 믈 우에 누웠던 亢羅 하늘도 한 웅큼, 되새 떼들이 방금 밟고간 발자곡도 구석에 꼭두서니로 염색되어 잇다 수면의 믈거울을 걷어낸 褓子 솝은 흰 낟달이 아니라도 문자향이더라 바람을 떠내.. 뉴스가 된 詩 200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