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 나석중
우중충한 봄날
언제 어느 개업집에서 가져온
작은 성냥 곽 하나를 열어본다
그간 소지(燒紙)에나 쓰고 남은
몇 알의 성냥개비들
참새주둥이 같이 짹짹거린다
꽃을 품고 얼마나 목이 탔으랴
저들을 활활 태워줌으로 다시 사는 것
서슴없이 한 개비 그어대는 순간
"살았다!" 소리치며 환생하는 불꽃
지난 시절 고향 냄새 같은 유황 냄새
징 울음처럼 길게 이명(耳鳴) 하나 남기는데
정작 누가 다비(茶毘) 같은
내 몸 깡마른 성냥개비를 그어라
우중충한 봄날
나석중(羅石重) 시인
전북 김제에서 태어남
2004년 월간 <신문예> 신인상
2005년 첫시집「숨소리」책나라
2007년「나는 그대를 쓰네」책나라
시 "성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5년 하반기 문예지게재 우수시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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