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고영민]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문근영 2009. 12. 27. 13:29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녹았다 얼었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 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촉촉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미네르바 2008. 여름호> 신작 소시집 중 한 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서울신문. 2009. 01. 24.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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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도 계절이 있는가. 미네르바 소시집에서 읽을 때는 별 감정없이

읽었는데 오늘 아침 서울신문에서 이 시를 대하니 왠지 다사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밖에는 눈이 몇 센지 내렸고 때 마침 불어닥친 한파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 겨울 최고로 춥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 시가 살갑게 다가옵니다.

마음은 계절보다 앞서 이미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