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녹았다 얼었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 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촉촉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미네르바 2008. 여름호> 신작 소시집 중 한 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서울신문. 2009. 01. 24.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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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도 계절이 있는가. 미네르바 소시집에서 읽을 때는 별 감정없이
읽었는데 오늘 아침 서울신문에서 이 시를 대하니 왠지 다사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밖에는 눈이 몇 센지 내렸고 때 마침 불어닥친 한파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 겨울 최고로 춥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 시가 살갑게 다가옵니다.
마음은 계절보다 앞서 이미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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