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간장 게장/지영환

문근영 2010. 1. 8. 07:18

간장 게장

 

             지영환

 

 

1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단지를 쉽사리 열어 보지 못한다

나는 간장처럼 캄캄한 아랫목에서

어린 게처럼 뒤척거리고

 

2

게들이 모두 잠수하는 정오

대청마루에 어머니는 왜 옆으로만,

주무시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햇볕에

등은 딱딱하게 말라가고

뼛속이 비어 가는 시간에

 

  

 

 우리 시는 가족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는 서양에 없는 동양적 규범에서 파생한

것.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바로 그 예.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권의 시는 가족의 애틋함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는 스페인권이나 아프리카권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쟁과 천재, 분쟁과 가난 등 질곡의 역사에 말미암은 바는 아닐는

지. 어머니,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신다. 그러고는 게들이 자신의 집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햇볕 쨍쨍한 바닷가 마을의 오후. 혼곤함에 젖으신 어머

니. 방 안으로 들어오시지 못하고, 대청마루에서 옆으로 쪼그리고 주무신다. 등이 딱

딱하게 말라가고 뼛속이 비어가는 게처럼,  아프게 주무신다. 가족은 존재의 거소이자

사랑이 싹트는 곳으로 정서적 유대를 갖는 공동체, 희생과 사랑으로 이를 지키시는

어머니... .

<박주택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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