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의 시와 함께]
친절한 독촉/권선희 |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에 오늘은 아파뜨 관리비 마감 날입니다. 여러분들이 막바로 농협에 가가 내야 하지마는 바쁘신 양반들은 뭐시 오늘 오전 중으로 여그 관리실에다가 갖다 주므는 지가 대신 내 줄라카이 일로다 갖다주시믄 고맙겠니더. 그라고 멫달이고 밀리가 돈이 늘어난 분들으는 다맨 을매라도 우선 갚아주시믄 좋겠니더. 통째로 낼라꼬 미라두믄 마 자꾸 늘아가 낸중에는 감당도 몬하고 그기 마캐 다 빚이 되는 기라요. 그라이까네 다맨 을매라도 쪼매씩이라도 갖다 내이소. 그라믄 내가 퍼뜩 농협에 가가 대신 내 줄끼요. 에, 에, 한성 아파뜨 주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알리니데이. 내가 오후에는 바빠가 여 읎으이 오전 중으로 꼭 쫌 갖다 주시믄 고맙겠니더. 마캐 알아 들었는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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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카노, 이런 것도 시라 말잉교. 말도 안 된다이. 시인은 오데 갔능교. 한성 아파뜨 관리소장 마이크소리밖에 없구마는. 그라고 시라 카몬 고븐 말이나 유식한 말을 갖다 써야 하잖니껴. 글찮나. 이건 우리가 맨날 쓰는 말인데 이런 말을 고상한 시에 쓴다는 게 말이 된다 말잉교. 이런 말은 갱상도, 그것도 구룡포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쌔라. 근데 솔직히 실감이 쪼매 나긴 나는구만. 실감나면 됐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하느냐고요? 실감이 젤 중요하다카믄 더 할 말은 없심더. 허긴 관리비 빚을 안 질라카믄 “다맨 을매라도 쪼매씩이라도 갖다” 내야 한다는 말이 맞긴 맞소. 허지만 괴기도 불경기를 싫어하는지 도통 잡히지 않으니 무신 수로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겠능교. 이런 우리 사정 실감나게 재미나게 전해줄라카믄 관리소장 마이크소리가 기중 낫긴 나은 거 같구먼.
-대구매일신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