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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사람을 찾습니다 /김순일

문근영 2009. 5. 11. 11:43

  詩가 있는 풍경

 

 

 

 

          사람을 찾습니다   

                              - 숲의 나라 68   

                                          김순일

 

 

 

 

         칠뜨기를 찾습니다

         낙엽이구 지전이구 다 그게  그거지

         면장이구 이장이구 다 아제  아제 살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조무래기들에게 삐비도 뽑아주고

           거시침 흘리면 개구리 뒷다리도 삶아주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제비꽃이 피면 제비꽃 속에서 뽀뽀하고

           흘레붙은 잠자리를 쫓아다니며 헉헉거리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부처하고 불알도 대보고

           예수하고 어깨동무하고 해해거리던

           그러면서도 비 오는 날

           도깨비불을 제일 무서워하던

 

           칠뜨기를 찾습니다.

           어려서나 조무래기 대장이 되어서도

           그냥 칠뜨기로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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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읽기 ◆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잘났든 못났든, 무엇을 위함이든 순간순간의 행함이 있으므로 질팍한 삶이 있고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태어남 자체가 고행이다’ ‘갈수록 살기 힘들다’는 말들을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왜 일까?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바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무엇을 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 것으로 인해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크면 클수록,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힘들어 하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나 조무래기 대장이 되어서도 그냥 칠뜨기로 사는 칠뜨기를 찾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생각이 모자라는 칠뜨기가 아니라 순리의 흐름 속에 모두를 수용하는 칠뜨기를 찾는 것이다. 진리와 섭리에 순응하며 자신을 충실히 사는 사람다운 사람을 찾는 것이다. 나아가 섭리에 순응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생각 모자라는 칠뜨기처럼 되어 살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질과 명예를 위한 세상사에 대해 무리한 욕심 없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분량으로 순리대로 살면서, 수수한 지성의 행함만이 남은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인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서울일보  [2008-12-09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