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개구리
박정원
누군가가 바위에 패대기치자마자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위험표지판도 뽑혔을 것이다
이쯤이다 싶어 내려놓고 평온을 되찾던 깔딱숨도
그것으로 끝장이었을 것이다
사지를 쭉 뻗은 채 바싹 말라 죽은 개구리를 보고
스스로 묻느니
커다란 굴착기펀치 한방을 비켜났고
도끼날 같은 살의도 수없이 피하였으니 그만
방심했단 말이냐
환해라 저 수많은 빛살들
아래쪽 방죽에서 조곤조곤 흐르는 물빛들
친구여 가끔 우리는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들로부터 고문당하고 있느니
사건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
소나기 한 차례 지나간 논배미에서
개골개골, 증언이라도 한다는 듯
손에 손손 촛불을 들고 몰려들었다
◆ 시 읽기 ◆
한 마리 개구리가 바위에 패대기쳐 죽고 햇빛에 말라가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또 한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간 논배미 속에서 개구리들은 지금 사력을 다한 요란한 함성으로 울고 있는 것이다.
나약하고 힘없는 자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나?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방심하지 말라! 소리 없는 함성으로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포크레인처럼 힘 있는 권력이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과 같이 무수한 경고 속에서도 촛불을 들어야 함은 그 촛불 하나하나에 담긴 참된 삶의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염원이리라. 힘과 권력은 세월과 함께 언젠가는 소멸되는 것, 아무리 강한 태풍이라 해도 세상을 모두 쓸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시인은 정부의 권력과 오만이 서민들의 삶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고 있는지 뒤돌아보라며 시인이므로 시로써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진실을 바탕으로 한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마는 것이다. 소나기 한 차례 지나간 논배미에서 개골개골.....촛불시위의 한차례 태풍이 멈추게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세상은 다시 평온을 되찾게 되는 것이리라.
유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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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보 [2008-12-4 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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