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보지 않고 보이는 당신 / 박진환

문근영 2009. 5. 11. 11:39

가 있는 풍경

 

 

 

 

 

 

 

보지 않고 보이는 당신

                                                        박진환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는 사랑합니다

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당신을 그 중 사랑합니다

볼 수 있음과

볼 수 있음을

넘어 선 곳에 있는

당신

사랑도 그와 같아서

보이면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보임과 보이지 않음을 넘어 선 곳에

당신은 있습니다

보고 보이지 않음을

넘어선 당신

사랑 말고는 없음을 압니다.

 

 

시 읽기 ◆ 

   인류는 언제 어느 시점부터 시간을 헤아리기 시작했을까? 오늘도 여전히 우리가 헤아리는 시간들이 우리들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한해의 마지막 날이 시간의 흐름 속에 역사의 흐름 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도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 머물며 흘러가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일까?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궁극인 종족보존 본능에서부터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자유의지까지...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모든 우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중 우리가 부여받은 최상의 축복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볼 수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것을 사랑 할 수 있다는 것,

보이면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보임과

보이지 않음과 보고 보이지 않음의 경계를 넘어선 차원까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라는 것

은 분명 축복이다.

  그것은 아주 보잘 것 없는 미물의 존재에서부터 신과, 조물주라는 우주적 차원의 존재까지

그 어떤 것일지라도 진실로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 진정 사랑할 수 있으며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해의 마지막 날에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일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는 어떤 무엇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사랑하고 어떤 것을 어떻게 사랑하며, 찰나와 영원이라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 속에 풍경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서울일보[2008-12-30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