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임성용
가리봉 2동 어린이집
골목길, 빵집 앞
아이들이 뛰어놀다
한 어린애가 넘어졌다
화물차 한 대가 무심코
넘어진 어린애를 타넘고 지나갔다
운전사는 애를 못보았다고 말할 뿐,
아무런 비명도 없었다
그 애의 부모는 일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을 대신해서 구급차가 울었다
피 냄새가 났다
다시, 빵 굽는 냄새가 났다
며칠 뒤에 비가 오고
아무 일 없이 아이들이 뛰놀았다
그 자리, 그 흔적 위에
다시 한 아이가 넘어졌다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이 동네에선 아주 흔한 일이라고
누군가 담배를 피우며 지나갔다
골목길, 와 와,
웃음소리 들리는 저녁 무렵
아이들은 저마다 한 두 뼘씩 자라났다
바라기풀 꽃씨가 바람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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